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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일영7/8월의 크리스마스 2019. 9. 14. 17:07
거실은 정말 조용했다. 유리와 함께 스며든 실외의 한기가 침대에 잠이 든 시로의 귀를 쓰담는다.
유리가 주머니에서 어포를 꺼내들어 시로의 코에 살랑살랑 흔들었더니 시로가 잠꼬대를 하기 시작했다.
유리
새로 나온 어포 맛이야, 먹고 싶으면 어서 일어나.
시로
꿈이 아니였다냥?!
우냥—— 유리 언니? 왜 또또또 주인 방에 있는 거다냐?!
유리
긴장하지 마. 난 그저 들어오고 나가는 방식이 독특할 뿐이야~ 곡예사로써 추구하는 게 있을 뿐이라고.
시로의 쳐졌던 고양이 귀가 천천히 세워졌다.
시로
혹시 뒤로 덤블링 가능하냥? 시로는 서커스 보러 가고 싶은데 주인님이 너무 바쁘다냥……
유리
식은 죽 먹기지! 하지만 이 방이 너무 작은 거 같아, 곡예를 보고 싶으면 밖으로 가서 보여줄게.
시로
좋다냐! 좋다냥!
……냐아! 하지만…… 막 돌아다니면 주인이 걱정할 거다냐.
유리
역시 린이 말한 것처럼 시로는 말을 참 잘 듣는 아이네.
시로
냐앙, 주인이 시로를 언급한 적이 있다냐?!
유리
응, 가끔 함께 순찰할 때 이야기했어. 우리 신기사들은 모두 린을 완전히 “고양이 집사”라고 놀렸는걸.
시로
시로 너무 기쁘다냥! 유리 언니, 주인 관련된 이야기 좀 해줄 수 있어냥?
유리
당연히 괜찮지. 하지만 오늘 아직 중요한 일이 있어서 말이야. 미안해.
시로
냐앙…… 그럼 주인 보러 온 거냥? 주인은 보통 늦은 밤에서야 돌아온다냥.
유리
오늘은 널 찾으러 온 거야. 시로.
시로
냐냥?
유리
시로도 기상 이변으로 도시가 추워졌고, 그래서 축제를 하는 건 알고 있지?
유리
오늘 바로 내가 “산타클로스”야~ 시가지 공원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모든 소원들을 확인 끝냈고, 선물 리스트도 쫙 뽑아놨어. 그리고 비교적 좀 “이상”한 선물들도 준비 끝내놨고.
시로
이상한 선물이 뭐다냐?
유리
예를 들어 와타리가 쓰고 있는 똑같이 생긴 안대라던지, 안의 요리책, 피닉의 노트…… 같은 거.
하지만 선물 준비하는 거 빼고, 아직 시로가 도와줄 일이 있어.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야. 시로 날 도와줄 수 있겠어?
시로
주인도 행복할 수 있는 거다냐?
유리
당연하지!
시로
그럼…… 시로도 돕겠다냥!
유리
그럼 시로, 날 따라와.
시로
하지만…… 냐앙……
그럼 시로가 쪽지 하나 남겨도 되겠냥? 나이트가 시로가 보이지 않아 걱정할 것 같다냥.
유리
어포까지 포기하다니. 시로가 큰 결심을 했네.
시로
냥, 그리고 시로가 주인한테 쪽지를 남겨야…… ……냐냥! 다 썻다냥! 어디다 둘 까냐?
유리
잘 보이는 곳에 두면 되지 않을까?
유리가 두 장의 쪽지를 받아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리고 텀블러로 살짝 눌러두었다. 그리고는 시로를 품에 안고 창문을 통해 뛰어나갔다.
30분 후, 나이트가 돌아왔다.
창문은 반쯤 잠겨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고양이 발자국이 찍힌 쪽지 두 장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엔 삐뚤빼뚤 “주인”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고, 나머지 한장에는 나이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이트
이런 쪽지는…… 나를 제외하면…… 누가 알아볼 수 있겠어……
나이트는 쪽지에 찍혀진 발도장을 힘겹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나이트
이런 쪽지는 안 남기는 것만도 못한데.
나이트는 시로가 지휘사에게 남긴 쪽지를 다시 테이블에 두고 창가로 이동했다. 바람을 통해서 시로의 냄새 뿐만 아니라 제비꽃의 향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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