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7/8월의 크리스마스

01 고독한 산타클로스

흐린. 2019. 9. 14. 17:01

 

 

  세츠  

  큰 일이네…… 아…… 하필이면 이럴 때 감기가 걸리냐, 날씨도 이상하고…… 아…… 머리 아퍼, 린, 내 앞에서 막 좌우로 움직이지 마……

  지휘사  

  나 가만히 있었는데, 세츠 일어나! 세츠, 세츠?

 

  쾅 하는 소리와, 세츠는 땅바닥에 쓰러졌다.

 

  지휘사  

  세츠!

 

 

 

 

  지휘사  

  그저 감기가 심하게 걸렸을 뿐이야. 주사 맞고 한숨 자면 될 거야. 무슨 유언까지 남기려고 해. 

  세츠  

  바로…… 에취——! 이런 중요한 순간에, 내가 잠에 든다면, 보너스는 빠이 빠이야, 에취——!

  기상 이변으로 추위에 떠는 시민들에게 신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줘야 하는데, 에취!

  이렇게 추운 이맘때 시가지 정 중앙에 커다란 전나무 한 그루를 세워두고 사람들의 소원을 모아, 그리고 오늘 선물을 나눠준다고. 에취——

  유리  

  어쩐지 오늘 공연에 온 사람들 표정이 이상하게도 기뻐 보이더라. 난 또 내 공연이 더 재미있어진 줄. 사람들이 저녁에 받을 선물을 기대해서 그렇구나.

  세츠  

  에취. 꼬맹이 아가씨, 에취——여기에는 무슨 일로 왔어? 감기 옮겠다.

  유리  

  린과 함께 널 병원에 데려다준 건 내 공연 마차라고.

  그리고 입원 수속도 내가 한 거고—— 방금 중앙청에 알렸더니, 안화가 푹 잘 쉬라고 전해달래. 업무는 걱정하지 말라고.

  근데 안화가 말하길, 오늘 이벤트는 정말 중요하니깐 가능하면 널 대신해줄 사람을 찾아달라고 했어.

  세츠  

  아, 역시 안화쪽은 걱정 안되는데—— 에취——

  하지만 선물을 안주면 소원을 빌었던 사람들에게 실망을 줄텐데. 물론 산타클로스가 감기에 걸렸다는 식으로 넘어가면 되긴 하지만 상처를 받을 거야. 에취——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겠지.

 

  세츠의 코가 빨개진 채, 기침을 하며, 촉촉한 눈망울로 유리를 향해 말했다.

 

  세츠  

  유리…… 린……

  유리  

  에!? 우, 우리?

  세츠  

  방금 린이랑 함께 공연용 마차를 타고 왔다고 했지?

  유리  

  응? 맞아. 나 공연 끝나고 린이 힘들게 널 업고 병원에 가고 있더라고. 그래서 좀 도와줬지.

  세츠  

  모든 사람이 다 알아. 추운 밤 따뜻한 선물은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 순록이 끄는 마차를 타고 온다는 걸. 그녀는 선물들을 소원을 빈 사람들에게 나눠주지.

  유리  

  그랬구나. 그래서 나한테 부탁하는 거지? 린, 넌 어때?  

 

>>> 도와주자

>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기 싫어

 

  유리  

  히힛, 린이 그렇게 말한다면, 내가 안 도울 이유가 없네.

  예전에 서커스단이 다른 마을에 순회공연을 다닐 때, 아이들에게 자주 선물을 줬었어. 그런 일은 익숙하다고. 그럼 이 임무는 내게 맡겨줘!

  지휘사  

  응? 우리가 아니고?

  유리  

  헤헷 내겐 나만의 계획이 있어—— 린은 안가도 돼.

  지휘사  

  응, 왜,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