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 무도회 초대 완료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도 대부분 다 왔다. 무대 주위 원탁 테이블에도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지휘사
사람들이 거의 다 온 거 같아. 이렇게 보니 중앙청에도 사람이 정말 많구나……
누르
린— 드디어 시작이구나!
누르는 작은 공책을 안고 내 곁으로 왔다.
지휘사
누르 벌써 이렇게 많이 적었어?
누르
왜냐면 누르는 이 1년동안 이런 기회를 한번 만났잖아. 모처럼이니까.
웃으며 누르의 머리를 만졌다. 갑자기 안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와,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는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안
린님, 보세요! 전리품!
저는 아주아주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재밌는 걸 발견했어요.
안은 다른 신기사들과 찍은 사진을 여러 장 골랐다. 전부 그녀가 찍은 것이다.
안
보세요 린님, 무엇을 발견했나요?
지휘사
뭐?
안
옆모습이요!
지휘사
뭐??
안
이 사진, 누르와 당신. 이 사진, 앙투아네트와 당신, 이 사진, 안화와 당신. 이 사진의 카지, 유우토, 그리고 웬시, 시비르, 피닉 사진… 모두 옆모습이잖아요.
린님, 어째서 전부 옆모습만 나온 걸까요?
지휘사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어……
안
정말이지 둔하군요! 이들 모두 당신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안은 진심으로 답답했는지 발을 굴렀고, 한 손으로 카메라를 높이 들어 우리 둘을 향했다.
안
이렇게! 제가 당신을 바라보고 찍으면! 자, 보세요, 제 옆모습이 찍히죠.
지휘사
아… 그렇구나…
>>> 갑자기 실감이 나지 않는다…
> 정말 고마웠어
말이 끝나자 조금 민망해서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 이때 세이유이가 왔다.
세이유이
정말이지 떠들썩하네. 여어, 안, 누르, 린!
안
세이유이! 이 드레스 너무 예뻐요. 반드시 사진을 찍어 남겨야 돼요!
누르는 자연스럽게 세이유이의 팔짱을 끼고 허물없이 그녀에게 다가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지휘사
안화구나. 와, 세이유이 정말 대단하다… 스타일이 아주… 특히 가면!
안화
…… 표정 관리 좀 해. 그렇게 놀랄 필요가 있나.
안
안화! 함께 사진 찍어요!
안화
……?
지휘사
음…… 안화 억울해 하지 말고. 아니, 협조 좀 해줘. 이렇게 떠들썩할 때 좋은 남자는 여자의 애교를 거부하면 안 되는 거야!
안화는 반항하는 것을 포기하고, 심오한 표정으로 소녀 옆에 섰다.
>>> 좋아, 좋은 남자 컨셉을 유지해 안화!
> 정말 신경 쓰이는 위화감…
안화
린, 무도회 끝나고 네 업무량, 잘 기억해 둬.
지휘사
잠시만?! 살려줘요, 앙투아네트—
앙투아네트
저를 부르셨나요?
지휘사
저 좀 도아주세요!!
좀 전의 모든 것을 지켜본 앙투아네트는 입을 막고 웃으며, 나를 안화 옆에 세웠다.
앙투아네트
사이좋게 지내야죠.
그렇게, 함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안의 손은 분주하게 “찰칵찰칵”을 멈추지 않았고,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 보였다.
안
나의 사진과 누르의 노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을 거예요. 몇년이 지나도 열어볼 수 있는 추억이에요.
누르
응응, 영원히 있을 거야.
지휘사
영원히라……
……
사람의 기억은 믿을 만하지 못하다. 일초 전에는 영원이었지만, 일초 후에는 손바닥 위에 놓인 모래알처럼 사라져 버린다.
백야관의 주인은 꽃이 새겨진 담뱃대를 물고 물어본다. 당신 잊어버린 것이라도 있나요?
지휘사
이 기억들을, 카스미가 기억 단편으로 저장해주었으면 참 좋겠는데.
누르
응, 카스미 언니?
무의식중에 한 혼잣말이 누르에게 들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누르가 고개를 갸우뚱한 채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누르
카스미 언니가 말한 선물이 생각난 거야? 맞다. 린 선물은 제때 받으러 간거야?
지휘사
응. 이제 알겠어. 정말 “서프라이즈”네.
누르
아주 좋은 선물이겠지~
지휘사
지금처럼 다 같이 있는 것보다 좋은 건 없어.
앙투아네트
린님, 창밖을 보세요.
앙투아네트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는 거대한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앙투아네트
불꽃이에요.
피닉의 불꽃.
많은 사람들은 테라스로 달려가, 거울방으로 만든 빛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발밑에는 끝없는 조명이, 머리 위에는 찬란한 불꽃이 수를 놓았다.
안화
선언해야 될 게 있는 거 같은데?
안화가 일러주고 나서야, 불꽃의 눈부심 속에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사진 속 신기사들이 다 지휘사 바라보고있는거 너무 감동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