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 무도회 초대 - 종한구
시작
종한구
어? 뜨내기손님이 왔잖아.
지휘사
난 단골손님으로 안 쳐주는 거야?
종한구
아이고, 가게를 떠난 지 한 시간이 넘은 손님은 다 나에게 뜨내기손님이라고, 지휘사께서 더욱 노력하여 단골손님이 되어보자고.
지휘사
그럼 24시간 너의 가게에 살아야 가능하겠는데??
종한구
그럼 정말 황송하기 짝이 없겠는걸. 우리 만장정에는 원래 24시간 동안 있는 손님이 있어.
지휘사
“손님”이 확실해?
종한구
하하. 나는 손님들을 차별 없이 대한다고. 잘 생각해봐 린. 나는 절대 너의 신체를 일찍 얻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야.
>> 방금 속내를 말한 거지!
종한구
됐어 됐어, 뭐 그렇게 진지해. 근데 나한테 볼일이 있나, 지휘사?
지휘사
아, 사실은 안화 때문에.
종한구
안화때문에 나를 찾아왔다니, 그렇게 말하니까 너무 서운한데.
지휘사
……내 말이 아직 안 끝났어. 네가 무도회 현장 세팅하는데 조언을 해줄 수 있다고 안화가 그래서.
종한구
어? 그는 내가 이런 쪽으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지휘사
그가 어떻게 결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제안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적합했으니까.
종한구
정말 믿음직스럽군, 중앙청의 신의 두뇌. 사실 이건 나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그런데 내 생각에는 이런 일보다 네가 걱정해야 할 일은 다른 것 같은데, 린.
지휘사
음?
종한구
비밀.
지휘사
(왜 이렇게 때리고 싶지……)
종한구
뭐, 내가 걱정한다고 반드시 발생하는 건 아니니, 만약에 알려줬는데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건 양치기가 아니겠어?
그리고 나의 이미지에 손해를 입게 되어, 나중에 린에게 무슨 말을 해도 린이 새겨듣지 않으면 어떡해?
>> 그렇게 말을 하다 말면 더 무섭다고.
지휘사
네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내 마음이 어떻게 놓이겠어?
종한구
걱정마, 내가 같이 무도회장에 가겠다고 했잖아. 내가 있으니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하지 않을 거야.
종한구
린, 갑자기 생각 났는데—이 무도회에서 설마 양식을 제공하는 건 아니겠지?
지휘사
아, 아마 양식과 디저트 위주일 거야, 하지만 일부 중식도 제공될 거야.
종한구
갑자기 가게에 일이 생각났네, 난 먼저 가볼게.
지휘사
어딜 도망가!!
틈을 타 도망가려던 종한구를 끌고 돌아왔다. 나는 허리에 손을 얹은 채 그가 이마를 짚고 처참하게 한숨을 쉬는 것을 보고 있었다.
비록 나쁜 생각이긴 하지만 종한구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정말 보기 드문 일이다.
종한구
지휘사, 너 지금 이건 유괴야. 착한 시민을 공공연하게 유괴하여 병을 무시한 채 일을 시키고, 중앙청에는 인간적 배려도 없는 건가?
지휘사
양식에 알러지 있는 거 알아, 아무도 억지로 먹이지 않을 거야.
종한구
다른 사람이 먹는 걸 보는 것도 안돼.
지휘사
음…… 그건 좀 어렵겠는데……
종한구
사실 어렵진 않지—모두 중식으로 바꾸면 해결되니까. 중식의 아름다움을 직접 겪어보지 않고 어떻게 이해하겠어?
지휘사
이렇게 일괄 처리하면 안 되지! 네가 양식을 싫어하는 것처럼, 중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
중앙청이라면 그래도 양식파가 더 많을걸.
종한구의 머리 위 저기압은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잔혹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 같았다.
이때 한 테이블 주위에 몇몇 아이들이 보였다. 우류가 데리고 온 고아원 아이들일 것이다.
아이A
분신사바 분신사바, 나와주세요.
아이B
잃어버린 야옹이가 내일 돌아올까요, 분신사바 나타나주세요.
종한구
……
지휘사
분신사바 놀이를 하는구나.
이런 이상한 놀이를 하는 게 마음에 걸려 가까이 다가가 보려고 하자, 종한구의 팔이 나를 가로막았다.
고개를 들어 보았을 때는 웃음기 없는 그의 옆모습이 보였고, 눈썹을 찌푸리며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잠시 후 종한구는 고개를 돌렸고 한결같은 웃음기가 돌아왔다.
종한구
같이 할래? 마침 분신사바를 통해 중식을 제공해야 할지 양식을 제공해야 할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어때?
지휘사
앗, 너무 막무가내잖아…
내가 뭐라하든 말든, 종한구가 다짜고짜 손목을 잡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종한구의 태도가 은근 강경하게 느껴져서 이상했다.
종한구
미안한데 잠시 끼어들게, 우리한테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데, 너희들의 분신사바를 빌려 해답을 좀 얻을 수 있을까?
아이A
하지만 의식은 이미 시작되었어요……
아이B
같이 해도 괜찮지 않아? 규칙에 안 된다고 되어있어?
종한구
우리는 같이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너희들과 바꾸고 싶어서. 금방이면 끝날 거야.
아이C
응? 네 명은 있어야 놀 수 있는 거 아닌가, 둘이서 가능한가?
아이들은 그다지 내키지 않아 보였다.
종한구
아, 이렇게 하자, 내가 맞혀볼게. 너희들 한 명의 분신사바만 부른 게 아니구나?
아이A
어떻게 알았어요?
종한구
나는 영적인 능력이 있으니까, 이제 믿겠지.
나 같이 영적인 체질이 들어오면, 의식의 영력은 더욱 강해져서 분신사바의 답이 더욱 정확해져. 그래서 둘이서 해도 문제없지.
어때, 우리가 해봐도 될까?
지휘사
진짜야?
종한구
당연히 죄다 뻥이지.
아이A
하지만 거짓말하는 거 같은데요!
종한구
이럴 수가, 이 녀석 직감이 왜 이렇게 좋은 거야?
아이A
만약 당신의 영적인 능력을 증명하려면! 우리가 아까 잃어버린 사탕을 찾아오세요!
만약 그렇게 대단한 능력이 있따면, 사탕 찾는 건 아주 쉬운 일이겠죠!
종한구는 턱을 만지며 이 기세등등한 골목대장을 훑어보았다.
종한구
물론이지. 약속은 꼭 지켜야 돼, 꼬맹아.
종한구와 함께 아이들이 잃어버린 사탕을 찾아보자.
이벤트 1
종한구
이제 대성공이군.
지휘사
대단해. 어떻게 찾은 거야?
종한구
그냥 아무 과자나 가지고 온 거뿐이야. 그 아이는 어떤 사탕도 잃어버리지 않았어. 우리를 놀리는 거야.
지휘사
근데도 너는 알았다고 한 거야?
종한구
아이들이 기꺼이 우리를 끼워준다면, 이 정도 고생이 뭐라고~
간식을 받은 아이들은 놀랐고, 뿌루퉁해서 억지로 약속을 들어주었다.
아이A
알았어요! 그럼 빨리하세요!
분신사바의 소환자는 우리 둘로 바뀌었다.
종한구
분신사바야 분신사바야, 대답해주세요. 이 무도회에서는 중식을 먹어야겠죠!
손끝의 도자기 접시는 한참 후 천천히 이동하여 “아니오”에 멈췄다.
종한구
보아하니 이 분신사바는 눈치가 없는 모양이네.
>>방금 분신사바를 위협한 거?
종한구
분신사바야, 대답해주세요. 이 무도회에는 그럼 양식만 먹어야 되나요?
한참 후 도자기 접시는 발버둥 치며 움직였고, 서서히 묵직하게 다시 “아니오”에 멈췄다.
종한구
……어라? 보아하니 우리 분신사바가 생각이 좀 다른 거 같은데. 무도회 음식에 불만이 많은 거 같아.
분신사바야, 할 말이 있으면 해야 수지 말고, 용감하게 우리 앞에 모습을 들어내—대놓고 말하라고!
여기까지 말한 종한구의 말투는 극도로 차가웠다. 도자기 접시는 순간 격하게 흔들렸는데, 분노 같기도 하고 두려워하는 거 같기도 했다. 마치 사람이 떨고 있는 거 같았다.
아이A
뭐야, 이게 무슨 일이지?!
종한구
다들 물러서.
아이B
너무 추워—!
종한구
린, 미안하게 됐어— 하지만 넌 나를 믿어야 해.
>>널 믿기는 개뿌우우울!
지휘사
—!!
어떤 차가운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왔다. 전에 꼬마 귀신이 괴롭혔을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분명하게 다른 무언가가 나의 몸속으로 들어오는게 느껴졌다. 이것이 설마…… 빙의?
종한구
처음에는 속이 좀 안 좋을 수도 있어……
지휘사
……꺼져……
설마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도 있길 바라는 거야?? 익숙하지 못하여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두 글자를 뱉어냈다. 꺼지라고.
아직 화낼 힘이 있는 걸 보니, 최악의 상황은 아닌 거 같다.
종한구
……하지만 난 반드시 널 구해낼 거야.
지휘사
……너무…… 고통스러워……
눈앞은 흐릿해졌고, 보기 드문 종한구의 진지한 표정도 잘 안 보였다.
종한구
너 그를 완전히 배척하고 있구나. 이러면 딱 좋지. 이 상태에서는 악령도 너의 몸을 가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금방 괜찮아질 거야. 조금만 참아. 나중에 내가 양식을 먹는 걸로 사죄할게.
종한구는 멈췄다가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
종한구
……살짝 도를 넘어선 거 같은데.
부적의 불꽃이 그의 손가락 끝에 피어오르고, 그의 시선은, 마치 인간의 몸을 뚫고 악령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부적의 푸른 불꽃이 갑자기 활활 타올랐다.
종한구
너도 참~ 너다. 지금 당장 지휘사 몸에서 나온다면, 혼비백산하는 결과는 초래하지 않을 거야.
계속해서 너의 숙주를 다치게 한다면, 윤회에 진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간 세상의 가장 고통스러운 맛을 보게 될 것이다.
넌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영체인 네가 나를 마주하는 순간 엄청난 공포가 있을 것이다.
이 위협이 효과가 있었는지 몸속의 불청객은 망설이고 움츠러들고 있었다. 한바탕 갈등 후 결국 튀어나와 다음 숙주를 찾으려고 했는데—
종한구가 그에게 기회를 줄리 없었다. 악령이 머물 곳을 잃은 순간 부적이 화살처럼 날아갔다. 푸른색 불꽃은 공기를 가로질러 한 번에 그 영체를 관통했다.
그리고 그는 한걸음 다가와 쓰러지려는 나의 허리를 붙잡았다.
종한구
미안.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종한구는 불꽃이 없는 퇴마 부적을 멀리 서 있는 아이들에게 던졌다. 한 아이가 주위 친구들의 비명소리 속에서 쓰러졌다.
종한구
저 아이는 괜찮아. 몸속에 있는 건 악령이 아니야.
지휘사
그럼 나만 안 괜찮은 거네, 너 이거 분명히 일부러…… 나한테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종한구
양식 먹는 걸로 사죄한다 했잖아. 난 백 프로 진심이라고.
지휘사
그래…… 지금 먹어…… 당장 먹어!
허약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종한구와 양식을 먹으러 가야겠다! 그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이벤트 2
웬시
종한구, 요즘 만장정에 있지도 않고,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종한구
하하, 이게 다 린이 부탁을 해서 그렇잖아! 린의 부탁을 어떻게 거절하겠어 내가, 안 그래?
…… 맞는 말이기는 한데, 하지만…… 언짢다……
웬시
부탁? 무슨 일이야?
종한구
무도회를 준비한다고, 나한테 총괄 디자이너를 맡아달래!
웬시
장식? 종한구가? 음……
그것도 좋지. 종한구 너의 가게 안에 물건이 점점 많아지고 있잖아. 거기다 품질도 들쑥날쑥하고, 진작에 못 봐주겠더라고. 이번 기회에 기부 좀 하자!
종한구
하…… 아? 거절하겠소이다, 아가씨! 그건 내가 힘들게 모아놓은 것들이라고……
웬시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좋은 날이잖아. 너도 이제 동방 거리의 대표이기도 하니, 뭔가를 보여줄 때가 됐어.
종한구
벌받을 거야……
갑자기 안화가 혹시 이것도 예상해서 종한구에게 시킨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벤트 3
종한구
음…… 전부 서양 스타일의 장식이잖아. 나의 미적 센스랑 안 맞아…… 여기다가 전통적인 요소를 더하면 좋겠다. 그럼 화룡점정이 될거야!
지휘사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종한구
히히, 전통적인 스타일을 생각하니, 한 사람이 떠올랐어. 분명히 잘 해줄 거야!
//
칭탄
부탁할 일이 있어서 찾아온 거겠지, 말해봐, 무슨 도움이 필요한 거야?
종한구
물론 네 그림 때문이지…
칭탄
안 팔아.
종한구
아, 너무 속 보였나… 내가 그런 속물로 보여?
응. 굉장히……
종한구
이번에는 지휘사 린이 널 찾아왔다구.
지휘사
맞아, 우리는 무도회를 준비 중인데, 무도회 배치에 전통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싶어서.
칭탄
음…… 가능하지. 하지만 소생은 현대 물건에…… 익숙하지 않아서, 작은 물건들을 만들어서 간단하게 장식하는 정도는 할 수 있겠는데. 괜찮겠어?
지휘사
물론……
종한구
물론이지! 칭탄의 도움이 있다면, 무도회장 전체는 번쩍번쩍해질 거야. 어마어마하겠지!
지휘사
……
칭탄
……
종한구
하지만 약속해, 사용하고 난 장식들은 나에게 줘야 돼 린. 이번 사례금이라고 치자고!
원래 목적은 여기 있었구나……
이벤트 4
가리에
오랜만이야 린, 그리고 종한구~
지휘사
가리에? 오랜만이야. 여기서 뭐 해?
가리에
이번 무도회의 술과 음료는 다 우리 가게에서 가지고 온 거야~ 이거 준비하느라, 요 며칠 얼마나 바빴다고~
지휘사
정말 고생 많았어.
가리에
괜찮아.
종한구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동안 몰래 실컷 마셨을 거야.
가리에
하하, 조금, 조금이라고.
근데 말이야, 무도회엔 술만 준비하면 되잖아. 그렇게 마셔야 즐거운 건데, 음료수는 왜 달라는 거야!
지휘사
술 못 마시는 사람들도 참가하잖아. 미성년자도 있는걸.
가리에
그럼 할 수 없지,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준비한 것은 모두 최고급 술과 음료야! 평소에 별로 신경을 쓰지도 않던 사장이 이번에는 어찌나 신경을 쓰던지, 기대해도 좋아~
그때 가서는 나랑 제대로 한바탕 마셔야 돼! 특히 너 종한구! 이번에는 제대로 마시자고!
종한구
살려주라……
몹
종한구
이 큰 녀석은 뭐지? 돈 될만한 녀석은 아닌 것 같은데……
지휘사
위험해 보이는데, 조심하는 게 좋겠어……
<종한구의 “반려 동물” 처치>
초대 완료
지휘사
그래서 이 귀신이 전에 네가 말했던 “걱정해야 될 일”인 거지.
종한구
맞아. 왜냐면, 이 기념일이 우리에게는 승리의 기념일이지만, 그 뒤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오늘날의 평화를 직접 보지도 못하고 죽었으니 분명 달갑지 않았겠지. 그러다 보니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 여혼은 원혼이 되기 마련이야.
그래서 나는 무도회장에 들어서는 순간 조금 놀랐지, 와우……
지휘사
……안 좋은 예감이……
종한구
많은 친구들이 소문 듣고 무도회에 왔더라구~
이 말에 종한구의 알 수 없는 미소를 더하니 정말 너무나 오싹하다.
종한구
그러나 대부분은 호의적이야. 어저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록 살아남지는 못했지만, 가족들과 친구들이 중앙청의 구조를 받아 감격한 걸 수도.
그건 그렇고 나는 왜 안화가 너에게 나를 불러 무도회장을 꾸며달라는 게 그저 핑계인 거 같지? 이런 문제를 예상했던 걸까?
지휘사
나한테 물어보지 마, 안화의 생각을 누가 알겠어……
종한구
그렇지 않다면 아까 상황은 정말 위험했어. 그 아이들이 분신사바를 해서 부른 건 두 개의 다른 영혼이었어. 난 느껴졌는데, 하나는 평범하고 어린 망혼이었어.
아마도 외로워서 그런 거겠지. 비슷한 나이에게 소환을 당하니 신나서 온 거야.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악령에게 얽매인 거지.
만약 내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이 원치 않은 일들을 했을 거야.
지휘사
너의 말은, 내 몸에 붙은 게 그 악령이고, 네가 마지막에 아이의 몸에서 쫓아낸 게 평범한 영체라고?
종한구
그렇지. 만약 두 개의 영체가 접시에 있었다면 소멸 시키기는 더 쉬워. 하지만 그 어린아이의 영체가 악령과 함께 혼비백산 돼. 나는 아이들에게는 마음이 약해서, 살짝 손을 썼지.
지휘사
그래서 나를 미끼로……
종한구는 손을 옷소매에 넣고 주변 풍경을 보는 척했다.
종한구
그게 말이야… 지휘사는 귀신을 불러들이는 체질이라, 2,3일에 한 번씩은 내가 귀신을 쫓아내줘야 돼, 너라는 자석이 있으니, 악령은 분명 신나서 아이들이 아닌 너를 선택하겠지.
지휘사
역시 모든 건 너의 계획 대로였구나.
종한구
나는 분명히 아무 일도 없을 거라 믿었어. 자신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네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후회가 되기는 했어.
>> 아이를 위한 것이니 용서한다.
지휘사
됐어. 아이들을 위해서 그런 거잖아. 어른이 돼서 그들을 보호하는 건 당연한 거지.
그리고, 네가 그 무고한 혼백을 구했잖아.
종한구
다 별 거 아니야. 언급할 필요도 없어.
지휘사
그러나, 이왕 나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면, 너의 약속을 지키러 가보자.
종한구는 테이블에 놓인 블루베리 치즈를 보더니 눈빛에 생기를 잃었다.
………………
한입 맛을 보았을 뿐인데, 종한구는 바로 안색이 안 좋아져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됐다. 그에게 양식은 도저히 안되겠나 보다. 너무 곤란하게 하지 말자. 최소한 미안하다는 성의는 받았으니.
지휘사
춥다…… 기분이 이상해.
갑자기 머리 위에서 형광등이 몇 번 깜빡이더니, 꺼졌다.
지휘사
!!??
“많은 친구들이 소문 듣고 무도회에 왔더라구”, “지휘사는 귀신을 불러들이는 체질이라”—
종한구의 목소리가 머릿 속에서 울렸다.
지휘사
그… 그럴리가…
>> 종한구를 부른다
지휘사
종한구……
아무도 없어서 조심스럽게 큰마음 먹고 소리를 조금 높였다.
지휘사
종한구? 너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거니……
저기요? 다른 사람은?……
……장난치지 말고……
괴상하리만큼 조용한 어둠 속에서 두피는 터질 듯이 저려왔다. 빙의가 되었을 때에 기분이 다시 찾아오는 거 같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바로 이때 손 하나가 나의 어깨를 쳤다.
지휘사
!!!
종한구
겁먹지 마, 나야.
미안해 지휘사, 전에 빙의된 거 때문에 이렇게 무서운 거지. 이제 괜찮아.
지휘사
이 정전은, 그, 그그그 귀신 현상인가? 지금 그 친구들이 너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거야?
종한구
하하, 이 문제를 일으킨 녀석은 내가 돌아오자마자 도망간 거 같아. 걱정 마, 내가 이따가 쫓아가 볼게.
지휘사
이이이이일단 전기를 복구시키자. 방법은 있어?
종한구
걱정마. 시간이 조금 필요하니. 그전까지 일단 내 손을 잡고 있어.
에휴 이런 상황이 생길 줄은 알았지만, 대부분은 파악하고 있었어. 심지어 생각했던 거 보다 심각하지 않네.
난 또 백귀야행 같은 큰 상황이라도 보게 될 줄 알았는데. 그랬다면 린은 어떤 반응일지……
>> 그건 또 무슨 트러블메이커같은…
종한구
하하하, 됐어. 린이 너무 무서우면 괴로운 건 나라고. 솔직히 말해서 다른 사람의 공포감을 잘 달래지 못해. 어쩌면 나 자신이 공포감의 한 근원일지도.
지휘사
응…… 괜찮아.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종한구가 있으니 별로 안 무서워졌어.
종한구
아이고, 정말이지 과찬이구만~
종사장 때메 무서워졌으면서 종사장 덕에 안무서워하는 지휘사 ㅠ...
지휘사 놀리지 말고 잘해라 종사장...